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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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살 수 있었던 동물들의 죽음

입력 : 2025-08-28 22:51:57
수정 : 2025-08-28 22: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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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위험에서, 학대 현장에서 구조된 동물들은 동물보호센터로 들어가게 된다. 보호센터로 들어간 동물 중 약 절반 가까이는 안락사되거나 치료를 받지 못해 자연사한다. 입양되어 새 삶을 시작할 확률은 무척 낮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구조되지 않는 편이 더 낫지 않냐는 말까지 나온다.

여러 동물권·복지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문제 중 하나는 너무 많은 유기동물의 발생, 그리고 그로 인해 살 수 있는 멀쩡한 동물들까지 보호소에서 목숨을 잃는 현실이다. 2024년 한 해만 유실·유기동물이 10만6000여 마리(하루 평균 290마리)나 되고, 그중 절반 가까이가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정부는 매 동물복지계획에 유기동물 억제를 목표로 내세우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아직 부족하다.

해외 사례는 시사점을 준다. 독일은 건강한 동물을 안락사하는 것을 ‘합리적 이유 없는 죽임’으로 보고 법적으로 금지한다. 미국에서는 전국 보호소의 안락사율을 지도화해 공개하면서 안락사를 줄이려는 목표로 가정 내 임시보호를 적극 지원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등록 대상 확대, 일부 지자체 차원의 임시보호 지원, 보호센터 시설과 인력 확충 등이 대책으로 거론되지만 여전히 ‘필요 최소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발생 억제’다. 하루 300마리가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더라도 지속되기 어렵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적극적인 중성화 정책, 반려동물 생산·판매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 및 동물등록제 확대와 함께 무책임한 소유자가 동물을 쉽게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격제도 등의 도입이 요구된다. 보호소 내 죽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입양’ 활성화는 물론 임시보호 네트워크를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가정을 통해 보호·교육·사회화를 지원하는 구조도 필요하다.


박주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