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그제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됐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에게 내란 우두머리 방조,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위증 등 여러 혐의를 적용하며 구속 필요성을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한 전 총리)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경력, 연령 등을 종합하면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법원이 영장 기각 결정을 내리며 설명한 사유를 경청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 전 총리가 윤석열정부 2인자로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막지 못한 점은 분명한 잘못이다. 하지만 그것이 45년 가까이 공직에 몸담으며 총리만 두 번 지낸 76세 고령의 전직 관료를 구치소에 가둬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영장 청구를 놓고 법조계에서 “특검팀이 계엄 사태 당시 대통령과 총리를 나란히 구속함으로써 ‘내란 프레임’을 완성하려고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도 그 때문이다. 특검팀은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다른 전직 국무위원들 수사에도 신중을 기해야 함이 마땅하다.
내란 특검팀은 앞서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무리한 압수수색으로 ‘과잉 수사’라는 비판을 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를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팀의 경우 종교인과 종교시설을 겨냥한 무차별 압수수색으로 ‘종교의 자유 침해’ 논란을 빚었다. 오죽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숙청’, ‘혁명’ 같은 표현까지 써가며 특검팀의 과도한 수사 행태에 문제를 제기했겠는가. 특검팀은 한 전 총리 영장 기각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수사 절차에 문제는 없었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한 전 총리 영장 기각 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은 내란 사건에 한해 ‘특별재판부’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폈다. 내란 특검팀이 청구하는 각종 영장은 일반 법원 대신 특별재판부가 심사하고, 기소된 피고인들 재판 또한 특별재판부에서 맡게 하자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3개 특검팀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특별법원’까지 만들자는 것인가. 이는 헌법에 규정된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 민주당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는 태도가 법치주의의 출발점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