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인공지능(AI) 대전환 등 초혁신 경제 전환을 위한 기술 투자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제조업에 AI를 결합한 ‘피지컬 AI’ 부문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는 한편 전국민 AI 시대 개막을 위한 인재양성 등 각종 대책이 두루 포함됐다. 아동수당도 만 8세 이하로 지급 연령을 1세 상향하고, 월 납입금 50만원 한도로 청년미래적금을 신설해 정부가 매칭 지원하기로 했다.

◆AI 붐업 기반조성에 7.5조원 투입
29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기술 주도 초혁신 경제’ 전환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정을 마중물 삼아 AI 등 핵심 기술개발(R&D)부터 인프라 구축, 인재양성까지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우선 산업·생활·공공 전분야 AI 도입 관련 예산을 올해 5000억원에서 내년 2조6000억원을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피지컬 AI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AI 로봇·자동차·조선·가전 및 반도체·팩토리 5대 분야를 중심으로 AI 대전환을 시도한다. AI로봇의 경우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혁신 기술개발에 5510억원(총사업비 기준)이 투입되고, 자동차 분야에서는 AX 실증밸리 조성을 위해 총사업비 6000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광주에는 에너지·모빌리티, 대구는 로봇·바이오 AX(인공지능 전환) 등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피지컬 AI 지역거점도 조성할 계획이다.
생활밀접형 제품 300개에 AI를 신속하게 적용하는 AX-스프린트 300 사업도 추진된다. 자동음향조절 마이크, 신생아 울음소리 분석 등 국민 활용도가 높아 시장 파급력이 큰 품목 300개를 선정해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복지·고용, 납세, 신약심사 등 3대 선도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공공부문 AI 도입을 확산하고, 대규모 AI 딥러닝을 빠르게 할 수 있는 NPU(신경처리장치) 테스트배드도 3개까지 확대한다.

전국민 AI 붐업을 위한 기반조성 예산도 올해 2조7000억원에서 내년 7조5000억원까지 확대된다. AI 고급인재 1만1000명을 양성하기 위해 AI와 AX 대학원 24개교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초중고생·대학생·청년·군장병·일반국민을 위한 맞춤형 AI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최신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1만5000장을 추가 구매해 정부 구매 목표(3만5000장)를 조기에 확보하는 한편 서비스개발을 위해 통합바우처(20개사)도 제공한다.
R&D 분야에서는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8조원에서 10조6000억원으로 확대한다. 바이오의 경우 AI 모델 활용 항체 개발·실증, 에너지는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등의 핵심기술 개발·상용화가 목표로 제시됐다. 정부는 첨단 인력 확보를 위해 국내인쟁 양성 등 3대 인재 확보 프로젝트에 1조4000억원을 투입하고, 풀뿌리 소액연구도 2000개 신설해 기초연구 생태계를 복원키로 했다. 아울러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5년간 100조원 이상의 국민성장펀드를 신규 조성하기 위해 내년에 1조원을 투입하고, 모태펀드에 역대 최대인 2조원을 출자해 중소·벤처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대미 관세협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산은·수은 등 정책금융 패키지에 1조9000억원을 투입하고, 미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등 조선산업 글로벌 협력도 지원키로 했다. 아울러 관세 피해를 입은 800개사에 긴급바우처를 신규 제공한다. 정부는 또 내연차를 처분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경우 최대 100만원의 전가치 전환지원금을 신설해 무공해차 보급도 촉진할 계획이다.

◆아동수당 만 8세 이하로 확대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재정 투입도 확대된다. 대표적으로 아동수당 지급 연령이 만 7세에서 8세 이하로 확대되고, 비수도권에 지역별로 최대 3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비수도권 167개 시군구를 특별지원·우대지원·일반지역 3단계로 구분해 지원금을 차등 지원하는 방식이다. 특별지원 지역은 농어촌 인구감소지역(84개) 중 균형발전 하위지역(58개), 예비타당성 낙후도 평가 하위지역(58개)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40개 시·군이고, 우대지원 지역은 나머지 44곳이다. 특별지원 지역은 12만원, 우대지역은 11만원, 비수도권은 10만5000원이 지급된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인구감소지역은 1만원이 추가 돼 최대 13만원까지 지급액이 커진다.
서민 생계비 절감을 위해 월 5~6만원으로 지역 제한 없이 지하철·버스를 최대 20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정액패스’도 도입된다. 패스 요금은 지하철·버스의 경우 청년·어르신·다자녀·저소득층은 5만5000원, 일반은 6만2000원이며 GTX·광역버스 포함시 청년·어르신·다자녀·저소득층은 9만원, 일반은 10만원이다. 아이돌봄 지원대상도 중위소득 250%까지 확대돼 사각지대를 보완하기로 했다. 한부모·장애 등 취약계층 돌봄시간이 연 1080시간까지 확대되고 인구감소지역 본인부담금도 10% 추가 지원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내년에 공공주택 19만4000호를 공급하고, 2030년까지 총 110만호의 공적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미래세대 자산형성 지원을 위해 만 19~34세 청년(소득 6000만원 이하)을 대상으로 월 납입 50만원 한도의 청년미래적금을 신설하고, 정부가 6% 또는 12%를 매칭 지원한다. 또 비수도권 중소기업 취직 청년 대상 근속 인센티브(비수도권 2년간 480만원, 우대지역 600만원, 특별지역 720만원)를 신설하고 구직촉진수당도 60만원으로 상향한다.
노인일자리를 올해보다 5만명 늘린 115만명까지 확대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을 위해 777억원을 투입한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가 기존 22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확대되고, 대체인력 및 업무분담지원금도 각각 영세사업장 기준 140만원, 60만원으로 늘어난다.
장애인의 주간활동·일자리 지원 예산도 확대된다. 발달장애인 주가활동 서비스 지원 인원을 1만5000명까지 확대하고,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보미 전문수당을 월 5만원에서 15만원으로 확대한다. 장애인 일자리를 2300개 확충하고, 중증 장애인 직업훈련 수당을 월 10만원에서 13만원으로 인상한다.

정부는 영세사업장·건설현장에 추락 방호망 등 필수 안전시설·장비 및 기술지원을 대폭 확충(1만7000개소)하고, 도산사업장이 체불한 임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기간을 6개월까지 2배 늘리기로 했다. 또 국민취업지원제도 지원 인원도 4만5000명으로 확대하고 구직촉진수당도 월 60만원으로 상향한다.
정부는 이 밖에 민생범죄 대응을 위해 경찰인력을 종전 4800명에서 6400명까지 대폭 확대한다. 또 군 초급 간부 보수를 최대 6.6% 인상하는 한편 3년간 동결됐던 장병 급식단가도 1만3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인상한다.
◆“확장 재정운용 맞지만 복지·공공성 강화돼야”
정부가 AI를 중심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공격적으로 편성한 가운데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는 지적이다. AI 대전환을 중심으로 한 기술 분야 투자의 경우 대기업·플랫폼에만 지원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예산안에서 중소기업 지원 대책은 25만원 경영안정바우처 지급(6000억원)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공정한 경제구조 등 공익적 장치가 충분히 보완되지 않는다면 혁신 생태계 조성보다는 대기업 논리에 종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고용 분야도 총지출 증가율(8.1%)보다 높은 수준(8.2%)으로 예산이 편성됐지만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아동수당 지급액이 기본적으로 월 10만원에 묶여 있는 데다 일·가정 양립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고용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대책도 안 보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재정을 위해서 세입 확충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본예산 기준 올해 48.1%에서 내년 51.6%로 3%포인트 이상 급증하고, 2029년에는 58%까지 확대된다.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만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참여연대는 “지금도 심각한 양극화 문제가, 향후 AI확산과 에너지 전환으로 더욱 심화될 것을 고려한다면 복지지출은 적정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빠르게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19%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조세부담률을 OECD 평균에 근접하도록 중장기 세제개편 논의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