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부인 김건희씨가 어제 구속기소 됐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구속 상태에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된 것은 헌정사의 첫 사례다. 대통령 부인이 피의자로 조사받거나 처벌받은 사례는 없었다. 이유를 떠나 참담한 일이지만 전직 대통령 부부의 몰락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김씨가 받는 혐의는 역대 대통령 부인이 야기한 구설과는 차원이 다른 비리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씨 공소장에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 청탁 의혹) 혐의 등을 기재했다. 대통령 부인이던 시절의 혐의는 사실일 경우 비선 실세가 권력을 사유화한 엄중한 범죄가 된다. 김씨는 지난 12일 구속된 후 5차례 특검팀에 소환돼 조사받았으나 진술을 거부하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씨는 구속기소 된 직후 변호인단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이 상황이 참으로 송구하고 매일이 괴로울 따름”이라며 “하지만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변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이 저 역시 저의 진실과 마음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견디겠다”며 “마치 확정적인 사실처럼 매일 새로운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또한 피하지 않고 잘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기소된 혐의와 관련 보도를 부인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지만 특검 수사를 통해 서희건설 회장은 김씨게 명품 목걸이와 브로치, 귀걸이를 선물하면서 사위와 관련된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친에게 선물한 모조품 목걸이라고 했던 김씨 주장은 거짓이었다. 서희건설 회장의 사위는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이라면 이제라도 “변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특검에 출두하면서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했지만, 김씨는 ‘V1(브이 원· 대통령)’보다 막강하다는 의미로 ‘V0(브이 제로)’라는 별칭까지 붙은 실세였다.
김씨가 구속기소된 것은 자업자득이다. 김씨는 여러 차례 옳은 길로 들어설 기회가 있었지만 눈속임 사과 등으로 국민을 현혹한 채 잘못을 바로잡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정부의 사정기관 책임이 크다. 김씨 리스크는 윤석열정부 초반부터 문제가 됐지만,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사정기관은 수수방관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은 채 사실상 김씨의 전횡을 방치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는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에 불거진 해묵은 의혹이지만 검찰은 소극적 수사로 일관했다. 특검은 검찰이 찾아내지 못한 증거로 김씨를 기소했다. 김씨의 사례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운다. 이재명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권력은 권력을 가진 본인 안위를 위해서라도 견제받는 게 좋다”며 대통령 배우자 등의 비위를 상시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약속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지체되고 있는데 하루속히 임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