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6년 예산안(총지출 기준)은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다. 역대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은 조세지출(국세감면액)까지 고려하면 정부의 내년 실질적인 씀씀이는 808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번에 첫 예산안을 내놓은 이재명정부는 내년 국세수입을 비롯한 총수입은 22조6000억원(3.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총지출은 2배가 넘는 54조7000억원이나 늘려 확장재정을 표방했다. 건전재정을 앞세운 지난 정부가 전년 대비 2.5∼5.1%로 총지출 증가율(본예산 기준)을 묶은 것과 대조된다. 나아가 2029년까지 연평균 5.5%씩 늘린다는 게 이번 정부 구상인데, 같은 기간 재정수입 증가율은 평균 4.3%로 전망했다. 앞으로 4년 내내 재정적자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저성장에서 탈피하려면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지만, 자칫 미래 세대에 과도한 빚을 떠넘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나라 살림을 알아볼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의 내년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로 올해보다 1.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정부에서 나랏빚이 무분별하게 늘지 않도록 안전장치로 추진한 재정준칙의 한도인 3%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인데, 2029년까지 4%대를 이어가면서 재정 여력에는 빨간 불이 꺼지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내년 들어 처음으로 50%를 돌파, 51.6%가 예상된다. 정부는 연 2% 경제성장을 전제로 2029년 58.0%까지 줄곧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재정준칙의 또 다른 기준인 GDP 대비 국가채무 60% 이하도 위협받을 날이 머지 않았다. 나랏빚을 천문학적으로 늘려온 프랑스, 중국, 미국은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는데,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뿌릴 씨앗이 부족하다고 밭을 묵혀두는 우를 범할 수 없다”고도 했다. 역대 최초로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GDP 실질 증가율이 연 2%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재정이 선순환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인식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과도한 씨앗 빌리기는 국가 신인도 하락과 물가 상승 등을 부추겨 외려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계심도 품어야 할 것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1301조9000억원까지 늘어난 국가채무는 확장재정 여파로 해마다 100조원 넘게 늘어 2029년에는 178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지출 증가 속도에 비해 세수는 부족하다 보니 적자 국채 발행이 급증할 게 뻔하다. 내년에만 110조원에 달한다. 국채는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대표적인 ‘적자성 채무’이다. 적자성 채무는 내년 1029조5000억원으로 늘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는데, 보통 일이 아니다. 이자를 갚는 것도 부담이다. 당장 올해만 해도 국고채 차입이자 상환 예산으로 30조6600억원이 편성됐다. 심각한 재정적자에 빠진 일본은 122조엔(약 1153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에서 국채이자 지급에만 전체의 10%가 넘는 13조435억엔을 할애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확장재정은 적절한 시기에 제어하지 않으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시급한 이유다. 그간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 준수 요구를 뭉개오다가 이제는 내각 신임을 걸고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처지에 놓인 프랑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에 1조2000억원, 농·어촌 기본소득에 2000억원을 각각 편성하는 등 현금성 지원을 대거 포함했다. 앞으로 국회에서 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히 심의해주길 바란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원에 달하는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해 예산으로 재투자할 방침이다. 여야가 적극 뒷받침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