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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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바꿔치기 입법은 평등한 재판 받을 권리와 배치” [심층기획-국민을 위한 형사·사법개혁으로]

입력 : 2025-09-15 06:00:00
수정 : 2025-09-14 21: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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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형사·사법개혁’ 속도전 속 위헌 논란

법조계 일각 “내란재판부, 사법권 침해
취지 자체가 재판 내용의 불만서 비롯
특정 사건 재판 맡기는 건 헌법에 위반”
법원행정처도 “위헌 소지” 사실상 반대
법관평가위 놓고 “법원을 정치 세력화
정권 눈치 보고 소신껏 재판 못해” 비판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 도입을 둘러싼 위헌 논란에 대해 “국민의 시각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제도, 시스템은 강력하게 존중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뜻이 중요하다. 그게 뭐 위헌이냐”고 말했다. 그러나 14일 법조계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도입에 대해 “결국 권력이나 소위 다수의 입맛에 맞는 대로 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던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해당 재판에서 배제하고 판사를 바꿔치기하기 위한 입법이란 것이다. 이는 사법부 독립과 공정한 재판을 위해 헌법이 정한 사법부의 독자적인 인사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배치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진행 중 사건… 사법권 침해”

하태훈 고려대 명예교수는 “향후 지금과 같은 상황을 대비해 특별판사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볼 수는 있겠지만, 내란 재판과 수사가 이미 진행되는 상황에서 내란특별재판부를 둔다는 것은 사법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을 지낸 이상민 전 의원은 “누구나 동일하게 구성된 재판부의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사법 보편성’의 본질”이라며 “하지만 특별재판부는 사법 보편성, 일반성으로부터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독립성과 재판의 공정성에 심대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사건을 맡을 법관을 지정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발상은 특정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는 대로 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고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양홍석 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재판 내용이나 구속영장 청구 기각과 같은 재판부 결정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특별재판부를 새로 만드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안이 형식적으로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취지 자체가 재판 내용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변호사단체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도 제각기 성명서를 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은 법관 임명 절차에 외부 인사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해 헌법 질서를 정면으로 위반한다”, “국회가 내란재판부를 만들어 특정 사건 재판을 맡기는 건 헌법에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했다.

행정처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사법권의 독립 침해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 훼손에 따른 재판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 저하 우려 △헌법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우려 △사법의 정치화 초래 우려 등을 지적하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피고인들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있을 경우 재판이 정지되는 등 신속한 재판이란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전원 교수는 “외부 인사가 포함된 추천위원회에서 법관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방식이므로 대법원장의 헌법상 인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특별재판부 구성 이후 사건 인수인계, 갱신 등 절차를 감안하면 재판 지연이 상당할 수밖에 없어 ‘내란 청산’에 효과적 기구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을 정치 세력화하겠다는 것”

국회 추천 인사가 법관 인사에 관여하도록 하는 법관평가위원회 도입도 논란이 되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교수는 “사법부 독립에 대한 근본적인 공격이며 법원을 정치 세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 교수는 “법관 후보자가 법관으로서 인권 감수성이나 인성을 갖췄는지 판단하기 위해 일반 국민이 서류 평가 또는 면접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할 수는 있어도, 법관의 승진이나 보임과 관련된 인사 평가를 외부인이 가능하게 하는 건 헌법 취지와 어긋난다”며 “특정 판결과 재판 진행 내용을 문제 삼아 평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법관들이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권의 눈치를 보고 소신껏 재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외부인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법관에 대한 평정을 할 경우 판결 내용 자체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위원 15명 중 5명을 국회가 추천하는 데 대해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심대한 위협을 끼치게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