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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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 낙태’ 산모 측 “낙태 목적으로 시술 의뢰했지만, 살인 공모는 안 해”

입력 : 2025-09-18 20:01:39
수정 : 2025-09-18 20: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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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 낙태’ 병원장·의사 첫 재판서 혐의 인정

36주차 태아를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시킨 뒤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병원장과 의사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18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병원장 윤모씨와 수술을 집도한 60대 대학병원 의사 심모씨, 20대 산모 권모씨 등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20대 여성 권모씨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 캡처

윤씨와 심씨는 지난해 6월 임신 34∼36주 상태인 권씨에게 제왕절개 수술을 해 태아를 출산하게 한 뒤,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태아를 덮고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윤씨는 권씨의 진료기록부에 ‘출혈 및 복통 있음’이라고 적는 등 사산한 것처럼 허위 내용을 적고 진단서를 발급한 혐의 등도 적용됐다. 관할 구청으로부터 병원 주요 시설 변경 허가를 받지 않은 혐의와 브로커들에게 환자 527명을 소개받고 14억60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수사 과정에서 윤씨와 심씨는 살인과 허위진단서 작성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들만 인정했으나, 이날 이들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권씨의 변호인은 “임신 약 34∼36주 차인 태아를 낙태 목적으로 시술 의뢰하고 그 결과 태아가 사망한 것은 맞지만 살인을 공모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낙태 수술 의뢰와 태아의 사망 등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위는 없었다는 취지다.

 

윤씨 병원에 임신중절 환자들을 소개해주고 3억1200만원을 챙긴 브로커 2명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만, 고주차 산모를 유인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단순 전화 업무 등만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11월13일 2차 공판을 열고 권씨에 대한 검찰 측 피고인 신문과 윤씨·심씨 측이 신청한 양형증인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권씨가 유튜브에 올린 36주차 낙태 관련 브이로그 영상을 두고 살인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며 시작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경찰에 진정서를 내며 수사가 진행됐고, 검찰은 올해 7월 윤씨와 심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형법상 자기 낙태죄 및 의사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며 2020년 12월31일을 법 개정 시한으로 정했다. 그러나 해당 시한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재 낙태 관련 처벌 규정은 입법 공백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