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와 통상, 산업 분야의 비전을 설계하는 싱크탱크 록브리지코리아 이사장으로 새 역할을 맡은 ‘미스터 쓴소리’ 김해영 전 의원은 지난 2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자국 우선주의가 강해지고 있는 최근 국제사회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소신 발언을 이어왔던 그가 외교와 국제정치의 언어로, 미·중 무역 갈등 상황에서 한·미 협력을 통해 미국 중심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입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록브리지네트워크는 미국에서 출발한 정치 인적 네트워크로 J D 밴스 미국 부통령, 정치 이론가 크리스 버스커크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 미국 측 요청을 계기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이사진이 합심해 지난해 10월 록브리지 코리아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김 이사장은 재단 창립 이유를 국제질서 급변에서 찾았다. 그는 국제 질서가 미·중 공급망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실에서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했을 때 가장 자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중국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문에서 우리를 추월해 협력해서 얻을 게 없다”는 인식도 내놨다. 미국 중심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입지, “교체하면 대단히 불편해지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이재명 대통령이 미·중·일 정상회담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념성이 없다는 것이 외교를 하는 데 있어서 장점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는 대미, 대중, 대일 외교 모두 선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 관세협상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새롭게 재편되는 공급망 속에서 우리가 필수적인 부분들을 제시해야 한다. 우선 지금 잘하고 있는 조선 분야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협력이 있고, 최근에는 유지·보수·정비(MRO) 분야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이 세계적 기술 우위에 있는 반도체 제조 분야와 미국과 협력을 시작하는 광물자원을 지렛대로 삼아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록브리지코리아와 같은 민간에서도 대한민국 기업들 상황을 잘 전달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무역 협상에서 한국의 마지노선은.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산업의 핵심기술이 공유되는 것을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핵심적 부분이 유출된다면 공급망 내에서 대한민국의 위치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선 협력 같은 경우 숙련 노동자들의 노하우를 인공지능(AI)화한다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선 상당히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현재 중국은 대한민국에 매우 위협적인 존재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동맹 관계인데 현재 미·중 갈등이 사실상 전쟁에 가까운 상황이다. 국제 질서가 공급망 중심으로 재편되는데 한국은 미국과 함께 공급망에 속해 있기 때문에 소비재, 관광, 의료, 문화 이상으로 적극적인 협력은 구조적으로 쉽지가 않다. 중국과의 관계는 더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점에 초점 맞추는 것이 현실적이다.”
―일본과의 관계는.
“대한민국은 일본과의 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과거사 문제와 같은 부문이 있긴 하지만, 현 시점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이 처한 현실에 유사점이 많고 경제는 물론 안보에서도 양국에 득이 되는 부문이 많이 있다. 우선 청년들 사이의 적극적 교류가 중요하다. ‘청년 그린카드’ 제도를 도입해 양국 청년들이 양국에서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면 한·일 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특별히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정책적 결단만 있으면 가능하다. 또 향후 AI 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건데 AI 산업의 핵심이 전력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전력은 섬과 같은 입장에 있다. 전력 등 에너지 부문의 연대와 통합을 지금부터라도 논의해 나가면 좋겠다.”
―국제사회의 변수가 계속 있을 텐데.
“외교 분야는 특히 대외적으로 절제된 의견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나 여당에서 사전에 의견을 잘 조율해서 어느 정도 원 보이스가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정부나 여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대단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록브리지네트워크는.
“록브리지네트워크는 미국에서 정치 인적 네트워크로 설립됐다. 밴스 부통령, 정치 이론가 버스커크, 실리콘밸리의 피터 틸 등이 주축이고, 미국 정재계 핵심적인 인사들이 주요 구성원이다. 미국 록브리지 측이 정용진 회장에게 한국에도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자유민주국가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조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하면서 지난해 10월 록브리지코리아가 정식 출범했다.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가장 먼저 설립됐고 일본, 대만, 인도, 브라질 등에서 설립 준비 중이다.”
―록브리지코리아가 설립된 이유는.
“제일 핵심적 이유는 국제 질서가 워낙 대격변기라서 예전같이 관성대로 움직이면 대한민국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했을 때 가장 자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국제 질서가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현재 시점에서 중국은 반도체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부문에서 대한민국을 추월해 우리가 협력해서 얻을 게 없다. 미국 중심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입지로 ‘교체하면 대단히 불편해지는 선수’의 위치가 돼야 대한민국 국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록브리지코리아가 미국 정·재계 핵심이 포진해 있는 미국 록브리지네트워크와 유대를 강화하고 협력하면 대한민국에 도움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설립했다.”
―미국 록브리지네트워크와의 관계는.
“록브리지코리아는 대한민국 공익재단 법인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대한민국 입장을 미국 록브리지네트워크 인사들에게 오해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트럼프 행정부나 미국 정·재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인사를 초청해 미국이 동북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인도·태평양에 대해 어떤 전략적 관점을 가졌는지 직접 들어보고 우리 의견도 오해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우리나라 정부, 기업 인사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적 인사들 사이 교류를 위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 14일 록브리지코리아 이사진과 버스커크 록브리지네트워크 창립자가 만찬을 가졌는데.
“버스커크에게 록브리지네트워크 설립 취지와 목적을 들었고, 록브리지코리아는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산업 등 중요한 상황을 공유했다. 한·미 간 잘 협력해 나가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는 자리였다.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면 버스커크가 즉답은 하지 못하지만 충분히 경청하고 최대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정 활동을 하다가 록브리지코리아에 참여했다.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외교가 중요한 나라인데, 근래 들어서 더더욱 외교 비중이 높은 나라가 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중요성에 비해 국내 정치에서 외교 분야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 그동안 외교 분야에 꾸준히 관심 가져왔는데, 이번에 이사장 맡으면서 더욱 책임감을 갖고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성과를 기대하나.
“외교·안보, 경제·산업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서 보고서도 발간하고, 보고서에 있는 내용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이나 대한민국 청년을 지원하는 일반 공익활동, 재단이 자리 잡힌 후에는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도 힘 쏟을 것이다. 또한 미국, 일본 등 주요 동맹 우방국과 긴밀하고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정부가 외교에 어려움 있을 때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준비해 나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