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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美 해상봉쇄 노림수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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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위기 때마다 바다 활용 전례
호르무즈 봉쇄 이란 압박 수단
구체적인 목표·출구전략 필요
동맹국 간 결속력 회복도 관건

미국은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종종 바다를 활용했다. 공습과 지상군 투입 사이에서, 해상봉쇄는 상대를 압박하면서도 전면전의 임계를 넘지 않는 수단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해상봉쇄 작전 수행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러한 수단이 성공을 거둔 사례는 많지 않다. 성공은 해상봉쇄 작전 그 자체로 인한 것이라기보다, 해상봉쇄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의 구체성, 이를 지지하는 동맹의 결속력, 그리고 출구전략 존재 여부에 따라 달라졌다.

예컨대 미국 남북전쟁기 북군의 봉쇄는 미국 해상봉쇄의 가장 오래된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당시 봉쇄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남부의 면화 수출과 무기 밀수 규모를 줄일 수 있었고, 국제사회로부터도 정당한 수단으로 인정받았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

더욱이 북부는 산업 규모 확대와 해군력 제고를 기반으로 장기화되는 해상봉쇄 속에서 남부에 대한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남부는 그 시간을 버티지 못했다. 당시 봉쇄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의 상대적인 전쟁 지속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 행정부는 국제사회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해상봉쇄(blockade)보다 감시(quarantine)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그 목표도 제한적이었다. 소련이 쿠바에 들여온 공격용 무기와 IL-28 폭격기 철수가 확인되자 미국은 감시 조치를 거두었다.

이 사례가 보여준 것은, 봉쇄가 성공하려면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얻으면 봉쇄 조치를 멈출 것인지 정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1990년대 이라크에 대한 다국적 해상봉쇄는 또 다른 교훈을 준다. 유엔의 대이라크 제재 결의하에 진행된 이 작전에서 미군과 연합군은 2000년 8월까지 상선 2만9307척을 조회하고 1만2763척을 승선 검색했으며, 748척을 검사하기 위해 인근 항구로 돌려보냈다. 그 결과 2002년에는 불법 석유 적재 규모가 전년보다 62.3% 줄었다. 그러나 이러한 해상봉쇄도 당시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해상봉쇄는 강력한 압박 수단이었지만, 궁극적으로 정치적 해결을 대신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기존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우선 해상봉쇄는 그 수행 목표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동맹국과의 연합이 견고해야 하고, 봉쇄를 중단할 조건을 분명히 할 때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즉 봉쇄는 군사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성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출구전략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기준만으로 볼 때 현재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전술적으로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지 몰라도 전략적으로는 불안하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세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사실상 자국 통제하에 두려 했고, 미국은 4월 13일부터 이란 항만을 드나드는 선박을 막는 해상봉쇄에 들어갔다.

다만 미국은 비이란 목적지로 가는 중립 선박의 통항은 막지 않겠다고 밝혀, 이번 조치가 호르무즈해협 전체 봉쇄라기보다, 이란 항만 차단에 가깝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제는 현재 미국의 목표가 과거 해상봉쇄 성공 사례들보다 훨씬 크고 복합적이라는 데 있다. 워싱턴은 이란의 핵물질 반출과 검증, 해협 정상화, 지역 대리세력 문제까지 한꺼번에 다루려 하고 있다. 즉 쿠바 사례에서와 같은 구체적인 조치가 아닌 이란의 ‘행동’을 바꾸려는 요구에 가깝다.

미국 동맹국들의 독자 행동 역시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의 효과와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해상봉쇄가 장기화될수록 이는 양국 간 교착상태가 되기 쉬우며, 지금의 이란 사태는 바로 그 위험한 문턱에 놓여있다. 미국은 강력한 수단은 쥐었으나, 진정한 성공은 해상봉쇄를 위한 군함 숫자가 아닌 목표의 구체성과 동맹의 결속력 회복에 달려있을 것이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