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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 수석’ 선거 차출 둘러싼 여권 잡음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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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청와대 AI 미래기획수석의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차출을 둘러싸고 여권 내부의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할 일도 많은데, 작업이 들어온다고 넘어가선 안 된다”면서 하 수석 차출 움직임에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쳤으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러브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이미 하 수석을 향해 수차례 공개적으로 출마를 요청했고, 조만간 직접 만나 출마를 권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그제 부산을 찾은 자리에서도 하 수석이 북구 출신임을 강조하는 등 ‘여론 띄우기’를 시도했다. 반면 비당권파 친명(친이재명)계인 이언주 최고위원은 “대통령 말씀이 맞다”고 말하고 있다. 국가 과업을 수행해야 할 AI 사령탑을 두고 여권 인사들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며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볼썽사납고 한심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하 수석 본인도 딱 부러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혼란을 키우고 있다. 하 수석은 “대통령이 결정권을 줘도 청와대에 남겠다”면서도 “미래 세대를 위해 국회 역할도 중요하다”는 식의 모호한 발언을 섞고 있다. 고위공직자라면 모름지기 자신의 거취가 국정에 끼칠 파장을 고려해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소동은 무엇보다 이재명정부가 강조해 온 ‘AI 강국 도약’이라는 국정 과제의 진정성을 훼손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AI 3강 도약을 공약했고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40대 민간 전문가인 하 수석을 발탁했다. AI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며 임명한 전문가를 10개월 만에 선거판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발상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는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를 망각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하 수석은 작년 브리핑에서 “AI가 국가 미래의 존망을 좌우하는 시기”라며 “앞으로 3년 혹은 5년이 AI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그런데 AI 정책의 설계자가 돌연 교체된다면, 그간의 프로젝트는 동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 6·3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국회 의석수도 민주당이 압도적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단 한 석을 위해 국가 미래전략을 희생시키겠다는 말인가. 정 대표 등 당 지도부는 하 수석을 둘러싼 소모적인 차출 논란을 당장 접어야 할 것이다. 하 수석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시 단안을 내려야 할 것이다. 국정 책임자인 이 대통령 역시 논란에 직접 종지부를 찍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