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섰던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승객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가 어제로 12주기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이 돈 때문에 또 국가권력 부재 때문에 위협받는 일이 다신 발생하지 않도록 국정책임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밝혔다. “참사의 고통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의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으며 안전보다 비용을, 생명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그릇된 인식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도 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재난관리 수준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비극이다.
본지의 ‘세월호 참사 12주기’ 심층기획은 세월호 참사의 고통이 유가족이나 생존자에게는 여전히 ‘진행형’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안산온마음센터의 피해자 건강·생활실태조사 연구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유가족) 응답자 288명 중 51명(17.7%)이 여전히 심각한 신체적 어려움을, 289명 중 절반에 가까운 137명(47.4%)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족과 달리 생존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 및 건강상태가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자 49명 중 무려 30.6%가 2021년(22.2%)에 비해 건강상태가 나빠졌다. 우울·불안증을 호소하는 비율도 36.7%로 2021년 24.1%에서 12.6%포인트 높아졌다.
안전사회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 이태원(2022년)과 오송지하차도(2023년), 무안공항(2024년)에서 참사가 끊이지 않았다. 세월호 이후 국가 차원의 재난대응 체계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가족과 생존자의 신체적·정신적 질병과 후유증을 치료하기엔 12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유가족은 살아있다는 미안함에 치료를 거부하고 술과 약으로 버티는 경우가 적잖다. 생존자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이 대통령의 말이 허언(虛言)에 그쳐선 안 된다. 재난의 정쟁화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행태부터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국민의 안전권과 피해자의 권리보장,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등을 담은 생명안전기본법은 아직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는 최선의 길은 안전사회 구축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