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집을 구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건 위치다. 역과의 거리, 직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기준이 되지만 조건이 좋을수록 집값은 뛴다. 원하는 위치에 집을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첫 사업이 흔들리던 스물여섯의 청년은 공실 상가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 2일 서울 광진구 광진경제허브센터에서 만난 박준길(35) 로카101 대표는 “하나의 도시에 쓰임이 사라진 상업 공간과 갈 곳 없는 주거 수요가 공존하고 있다”며 “그 둘을 연결하는 게 일”이라고 말했다. 로카101은 역세권 노후 상가·근린생활시설 등을 리모델링한 1인 가구 기숙사 브랜드 ‘픽셀하우스’를 운영하는 프롭테크 스타트업이다.
로카101이 처음부터 지금의 사업 모델을 갖고 있던 건 아니다. 박 대표가 처음 주목한 건 외국인들의 불편이었다. 영국 유학 중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서 집을 구하며 겪는 어려움을 가까이서 봤고, 2016년 외국인 대상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창업했다. 그렇게 4년을 이어오다 2020년 충무로 노후 상가를 임차해 외국인 기숙사 1호점을 열었지만 개점 직후 코로나19가 터졌다.
외국인이 오지 않은 공간에 자연스럽게 내국인 1인 가구를 받았다. 픽셀하우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로부터 5년, 전국 73개 지점 약 1300실 규모로 성장했다. 로카101은 지난해 약 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100억원 이상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사업성이 검증된 건물만 선별해 운영하는 데다 입실률도 9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며 성장 배경을 설명했다.
픽셀하우스는 도심 역세권의 노후 근생시설을 리모델링해 1인 가구 주거 공간으로 전환하는 모델이다. 박 대표는 “신축이 아닌 기존 건물 재활용이라 속도와 비용에서 차별화된다”며 “한 지점 공사에 3∼4개월, 비용은 5억원 내외”라고 했다. 중개·인허가·설계·시공·운영을 모두 직접 맡아 비용을 낮췄다. 수요자는 사회초년생부터 취업·이직 준비생, 단기 연수자까지 다양하다.
픽셀하우스를 두고 ‘고급화된 고시원’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박 대표는 “설계부터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창문 없는 방, 공용 화장실, 얇은 벽 등 기존 고시원의 특징은 하나도 없다. 모든 방에 창문을 달고 화장실도 개인실로 만들었다. 월세는 관리비·인터넷 요금 포함 80만원 수준이다. 박 대표는 “가구·가전·자재 대량 구매와 공용 부엌 운영, 낡은 건물의 낮은 임대료 덕분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상가 공실이 늘면서 건물주들의 주거 전환 문의도 최근 1∼2년 새 크게 늘었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다만 현행 법령이 쉽지 않다. ‘픽셀하우스’ 같은 공유주거 시설은 다중생활시설로 등록해야 하는데, 연면적 500㎡ 이하에 인접 도로 폭 12m 이상, 5층 이하여야 한다. 노후 건물이 몰린 골목 안쪽은 도로 폭부터 이 기준을 넘기 어렵다. 그는 “대안 없이 주거 선택지만 없애면 결국 더 멀리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대표가 그리는 다음 단계는 ‘픽셀존’이다. 연남동처럼 골목마다 카페·식당·가게가 들어서며 동네가 만들어지듯, 로카101도 한 동네 안에서 주거·카페·스토리지를 직접 운영하며 그런 동네를 만드는 것이다. 역세권 건물 일부에 애견호텔·애견유치원을 운영하고 건식 사우나도 검토 중인 것도 연장선이다.
박 대표는 로카101을 ‘공간 운영 회사’라고 정의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에도 공간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도시 안에 쓰임을 잃은 공간을 다시 연결하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로카101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물은 하나의 플랫폼”이라며 “어떤 콘텐츠를 담느냐에 따라 의료시설이 되기도 하고 주거 공간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 공간에 가장 적합한 용도를 찾아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회사”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