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에서 청년 후보들이 모두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당의 청년 정치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보미 전 강진군의회 의장과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정민철·김형남 예비후보는 지난 23일 예비경선에서 모두 탈락했다. 민주당은 2012년 ‘청년 비례대표’를 선발하며 청년 정치인 등용에 나섰지만, 청년 최고위원 등 관련 제도는 폐지와 부활을 반복해왔다. 당내에서는 “최소한의 제도적 통로도 없이 청년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은 공허하다”는 지적과 함께 “도전 의지만 앞세운 준비되지 않은 청년 정치도 달라져야 한다”는 자성론이 동시에 나온다.
◆청년 발판 막힌 민주당
국회는 2021년 12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피선거권 연령을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췄다. 이에 따라 치러진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만 18∼19세 후보 7명이 출마해 1명이 당선됐다. 그러나 올해 제9회 지방선거에서는 10대 후보 5명이 출마했지만 당선인은 없었다. 전체 당선인 가운데 만 40세 미만 광역·기초의원 비율도 8회 지방선거 416명(10.1%)에서 9회 지방선거 403명(9.5%)으로 줄었다.
피선거권 연령을 낮출 당시 정치권이 내세운 명분은 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였다. 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출직 청년최고위원제 도입을 추진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였다. 그러나 최고위원회에서 부결되면서 제도 도입은 무산됐다. 이소영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잘 만들어놓은 제도도 많지만 후진 제도가 몇 개 있다”며 국민의힘의 청년최고위원제를 사례로 들었다. 국민의힘은 2016년부터 만 45세 이하 당원들이 별도로 청년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당시 새누리당 지지율 하락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후 김용태 의원과 장예찬 전 최고위원, 우재준·진종오 의원 등이 정치적 기반을 넓히는 통로가 됐다. 반면 민주당 한 의원은 “당원 구성이 40·50대 중심으로 고령화된 상황에서 당원 투표가 중심인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20·30대 당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유인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락가락 제도부터 고쳐야”
민주당의 청년 최고위원 실험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바이벌 오디션 방식의 ‘청년 비례대표 공모’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김광진 전 의원을 한명숙 대표가 최고위원으로 지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2015년 혁신안으로 여성·청년·노인 최고위원을 신설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2016∼2018년 한 임기만 유지된 뒤 추미애 대표 체제에서 폐지됐다.
이후 청년 정치인은 지도부가 필요할 때마다 지명하는 방식으로 발탁됐다.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지역 대학생위원장과 청년대변인 등을 거쳐 2020년 이낙연 대표에 의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이듬해 재보궐선거 패배로 지도부가 총사퇴한 뒤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발탁됐지만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2022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된 박지현 전 위원장 역시 ‘벼락 발탁’ 논란에 휩싸였다.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에 오르기 전 지역 대학생위원장이나 청년위원장 등 당내 경력이 없었다. 황동준 민주당 경기도당 대학생위원장은 “당내에 열심히 활동하며 실력을 쌓은 청년 정치인이 많았는데 과연 대표성이 있느냐는 반응이 있었다”며 “지명직 청년은 지도부의 나팔수가 되거나 위기 때 소방수로 쓰이기 쉽다”고 말했다.
청년 정치인 스스로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세대 청년 정치인으로 꼽히는 김 전 의원은 “청년 정치인도 직업인으로서 정치를 준비해야 한다”며 “자기 정책을 고민하고 자신을 알릴 최소한의 준비를 하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가 공익적·대의적 직업이라고 해서 일반 청년보다 더 쉽게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