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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는 임영웅 아닌 박재범”…70대 시니어 래퍼들의 힙합 인생 [요즘으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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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70대, 랩에 빠진 어르신들
삶의 희로애락 가사에 담아
세계일보 신규 유튜브 코너 <요즘으른들>은 ‘나이답게’라는 고정관념을 깬 중장년층의 현재 진행형 이야기를 담는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배움과 자격증 도전부터 취미·문화·여행까지 인생 2막을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가는 요즘 어른들의 삶을 조명한다.

지난 20일 강원 춘천남부노인복지관. 한쪽에서는 바둑돌 놓는 소리가 다른 쪽에서는 탁구공 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느 노인복지관과 다를 것 없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복도 끝 한 강의실에서는 묵직한 힙합 비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작살 왜냐 간지작살 / 늦게 시작해도 랩으로 박살”

 

70대 시니어 래퍼 ‘작살’ 배은옥씨가 개성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제공
70대 시니어 래퍼 ‘작살’ 배은옥씨가 개성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제공

 

문을 열자 선글라스에 볼캡을 눌러쓴 어르신들이 헐렁한 힙합 티셔츠에 체인을 걸친 채 비트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랩으로 풀어내는 일흔 넘은 시니어 래퍼들이었다.

 

트로트가 익숙한 세대. 하지만 이들의 ‘최애’는 임영웅이 아니었다. 래퍼 박재범이다.

 

 

‘작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배은옥씨(68)는 지난해 랩 교실 수강생들과 함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도전했다. 

 

“그 거대한 데 갔다 왔다는 자체가 자부심이 대단하죠. 그것만 해도 영광이에요.”

 

‘숙디’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신명숙씨(74)도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박재범을 꼽았다.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박재범 같은 래퍼들, 너무 좋아하고 우상이고 그래요. 이 나이에도 도전해보면 건강도 찾고 즐거움도 찾고 일거양득이겠다 싶었죠.”

 

춘천남부노인복지관에서 활동 중인 시니어 래퍼들. 이들은 랩으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제공
춘천남부노인복지관에서 활동 중인 시니어 래퍼들. 이들은 랩으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제공

 

어르신들의 랩 사랑은 복지관 풍경까지 바꿔놨다. 지난해 동아리로 시작한 시니어 랩 활동은 큰 호응을 얻으며 올해 정규 강좌가 됐다. 수강 신청이 시작되면 정원이 금세 차고 길게는 6개월을 기다려 수업에 들어온 이도 있다.

 

그렇다면 어르신들은 왜 이토록 랩에 빠졌을까.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랩은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장르였기 때문이다.

 

자식을 키우며 버텨온 시간, 가족을 향한 마음, 지나온 세월의 기쁨과 후회까지. 평범했던 삶은 한 줄 한 줄 가사가 됐고 비트 위에서 새로운 노래가 됐다.

 

신씨에게 랩은 특히 각별하다. 십수 년간 남편과 어머니를 잇따라 간병하며 견뎌온 세월. 그 아픔이 고스란히 가사가 됐다. 힘들었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랩으로 뱉어내자 오히려 후련해졌다.

 

“여기서는 그 모든 걸 잊고 맨날 웃어요. 딴 세계인 줄 알았는데 발을 디뎌놓으니 좋은 세상이 펼쳐지더라고요. 앞으로도 뭐든 도전하려고요.”

 

가족들도 달라진 모습을 보며 놀랐다. 배씨는 손녀의 말을 떠올리며 웃었다.

 

“BTS를 제일 좋아하는 손녀가 그러더라고요. ‘BTS보다 우리 할머니가 더 멋있고 랩도 더 잘한다’고.”

 

평균 연령 70대. 힙합으로 인생의 새 페이지를 써 내려가는 춘천 시니어 래퍼들의 이야기는 세계일보 유튜브 <요즘으른들> 6화에서 만나볼 수 있다.